AI로 일하기

25번 도는 동안, 발행은 0건이었습니다 🔓

생각에 잠긴 초록이 아빠

돈독(제가 만드는 자산관리 앱, https://don-doc.com )을 운영하면서, 마케팅 소재를 만드는 일도 AI 에이전트 하나에게 맡겨뒀습니다. 매일 한 번씩 돌면서 그날 상황을 보고 SNS에 올릴 글을 다듬어 대기열에 쌓아둡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고서를 읽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대기열엔 이미 다듬을 대로 다듬은 글이 여러 편 있는데, 실제로 올라간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매일 초안은 나왔는데, 발행은 계속 0건이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초안(자사 서비스를 경쟁 서비스와 비교하는 글, 편의상 “안 1”이라 부르겠습니다)은 7월 22일에 처음 나왔고, 7월 28일엔 이미 최종본으로 확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에이전트는 매일 도는 라운드마다 이 글을 다시 확인만 하고 넘어갔습니다.

8월 18일, 이 글이 대기열에 머문 지 30일째, 라운드로는 25번째였습니다. 그동안 발행 누계는 계속 0건. 에이전트는 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매 라운드 성실하게 초안을 다시 검토하고, 대기 목록을 그대로 다음 날로 넘겼습니다. 문제는 “넘긴다”는 동작 자체가 매번 정상으로 보였다는 겁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결정이 두 곳에 나뉘어 있었습니다 🗝️

삽질하다 멘붕한 초록이 아빠

발행이 안 되는 이유를 에이전트 보고서에서 찾아봤더니, 매번 같은 문장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SNS 계정을 그대로 쓸지, 다른 이름으로 바꿀지 확정되지 않아 발행을 보류한다.”

그런데 저는 이미 8월 10일에 그 답을 정했었습니다. 지금 쓰는 계정(제품 이름을 그대로 쓴 계정)을 없애고, 저 개인 메이커 캐릭터 이름으로 바꿔서 팔로워는 유지한 채 전환하기로요. 문제는 그 결정을 적어둔 곳이었습니다. 개발용 저장소 안 메모 파일 하나에만 적었고, 에이전트가 매일 읽는 프로젝트 기록에는 옮겨두지 않았던 겁니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니 매 라운드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같은 이유로 발행을 미루는 게 오히려 정확한 동작이었던 셈입니다.

AI가 못 한 게 아니라, 결정이 AI가 못 보는 곳에만 있었습니다.


결정 세션 하나로 네 가지가 한꺼번에 풀렸습니다

8월 18일 오후, 밀린 걸 한 번에 정리하기로 하고 앉았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먼저 그 글, 발행했습니다. 진짜 화면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로그인해야 열리는 화면이라, 이번엔 텍스트만으로 먼저 올리기로 했습니다. 발행 누계는 0에서 1이 됐고, 30일 묵은 항목 하나가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다음 계정 전환 방침을 프로젝트 기록에 정식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이번 발행은 전환 전 테스트 발행이라는 것, 이후 대기 중인 글들은 전환 이후 다시 톤을 맞춰야 한다는 것까지 명시했습니다.

카피 방침도 하나 정했습니다. “가계부”라는 표현을 안 쓰기로 했습니다. 너무 소박하게 들린다는 이유였습니다. 대신 “자산 관리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기로요.

마지막으로 예전에 검토만 하고 미뤄뒀던 별도 도메인 연결 계획도 그 자리에서 접었습니다. 15일째 대기 중이던 항목이었는데, 계정 전환이 확정되면 어차피 필요 없어지는 계획이었거든요.

넷 다 AI가 새로 뭔가를 만들어서 풀린 게 아닙니다. 이미 답이 있었는데 어딘가에 갇혀 있던 결정을, 한자리에서 꺼내 적은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다 풀렸느냐면, 아직입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계정 이름을 실제로 바꾸는 작업은 오늘(8월 22일)까지도 안 끝났습니다. 8월 19일부터 세면 벌써 네 라운드째, 에이전트는 매일 “계정 전환 여부, 여전히 미확인”이라고 보고합니다.

다만 이번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 상태로 계속 멈춰 있었을 텐데, 지금은 다음 발행 예정 글 세 편을 미리 두 가지 버전(제 이름으로 말하는 1인칭, 제품이 말하는 3인칭)으로 나눠 완성해두고 있습니다. 계정이 바뀌든 안 바뀌든 둘 중 하나는 바로 쓸 수 있게요. 결정이 안 났다고 손 놓지 않고, 결정과 무관하게 지금 할 수 있는 걸 먼저 해두는 겁니다.

따라 하기

같은 구조 — 에이전트가 매일 도는데 결과물이 안 나오는 상황 — 를 겪고 계신다면, 아래 세 가지를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1. “며칠째 대기 중인지”를 매 라운드 숫자로 박기

보고서에 대기 항목을 그냥 나열하지 말고, 처음 등장한 날짜부터 며칠째·몇 라운드째인지 명시하게 합니다.

- <오늘날짜>: <에이전트명> 실행 → 대기 항목 "<항목명>" D+<경과일수>·<라운드수>라운드째 재확인

왜 필요한가 — “대기 중”이라는 말만 반복되면 사람 눈에 익숙해져서 지나칩니다. 숫자가 매일 늘어나는 걸 보면 “이거 왜 아직도 안 끝났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2. 에이전트 프롬프트에 “결정 안 남/기록만 안 됨” 구분 질문 넣기

같은 항목이 반복될 때, 정말 아직 결정 안 난 건지 아니면 사람이 이미 결정했는데 어딘가 다른 곳에만 적어둔 건지를 매번 구분해서 보고하게 합니다.

이 항목이 (a) 아직 결정이 안 난 것인지, (b) 이미 결정됐는데
이 기록 위치에는 반영이 안 된 것인지 구분해서 적어라.
(b)라면 어디에 기록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도 추정해 적어라.

왜 필요한가 — 제 경우 진짜 원인은 (b)였는데, 매 라운드 (a)처럼 보고되고 있었습니다. 이 구분이 없으면 사람도 “아직 안 정했나 보다” 하고 계속 넘기게 됩니다.

3. 결정이 밀려도 준비는 결정과 분리해서 진행하기

계정 전환처럼 아직 안 끝난 결정이 있다면, 그 결정이 필요 없는 버전까지 미리 두 갈래로 준비해둡니다.

초안을 (1인칭/3인칭) 또는 (계정A용/계정B용)처럼
결정 전 상태에서도 완성 가능한 형태로 복제해 준비하라.
결정이 나면 맞는 쪽만 골라 즉시 발행한다.

왜 필요한가 —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안 하면, 결정이 나는 순간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준비를 먼저 끝내두면 병목은 결정 하나로 줄어듭니다.

마무리

AI 에이전트를 여러 개 굴리면서 제일 많이 착각했던 건, “결과물이 안 나오면 에이전트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일로 알게 된 건, 진짜 병목은 대부분 에이전트가 아니라 제 결정이 어딘가에 흩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화이팅하는 초록이 아빠

오늘도 차분히 한 걸음. 🐴

이 글은 산업 구조와 만드는 과정을 정리한 개인 기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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