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면서 배운 것

청약 배분표, 왜 매번 새로 짜야 했을까 🛠️

답답해하는 초록이 아빠

지난 청약 시즌, 초록이 재우고 나서 스프레드시트 세 개를 켰습니다.

청약 건마다 어느 계좌에서 얼마씩 넣을지 손으로 다시 계산하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넘어 있더라고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매 청약 시즌마다 새로 짜고 있네.”

왜 이게 필요했나

돈독을 만들면서 여러 사용 사례를 들여다봤는데, 의외로 제일 크게 걸리는 불편이 여기 있었어요.

몇 주를 배정받을지는 운의 영역이라 어쩔 수 없다 쳐도, “이번 청약에 어느 계좌에서 얼마 넣을지”는 매번 사람이 손으로 계산해야 하는 반복 작업이었습니다. 계좌별 한도와 일정을 따로따로 챙겨야 했고요.

그래서 목표 문장을 하나로 정했습니다.

“여러 계좌에 흩어진 청약, 배분과 일정을 한 화면에.”

있으면 좋은 기능이 아니라, 없으면 매번 아픈 지점을 겨냥한 거예요.

처음엔 “이 사람들에겐 이 화면만”으로 짰다

소수에게만 먼저 열어보고 싶어서, 초대받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화면을 구상했습니다.

처음 떠올린 방식은 이랬어요. 초대받은 사람은 이 청약 관리 화면만 보이고, 원래 돈독에 있던 다른 기능(가계부 등)은 잠가버리는 구조. 인증 붙이고, 라우팅 막고, 사이드바에서 나머지 메뉴를 숨기고, 검증까지 다 마쳤습니다. 코드만 보면 완성이었어요.

다 만들고 나서야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생각에 잠긴 초록이 아빠

며칠 지나서 다시 들여다보니 뭔가 걸렸습니다.

초대받은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봤어요. 이 사람은 원래 돈독의 다른 기능도 잘 쓰고 있었을 텐데, 청약 관리를 켜주는 대가로 나머지가 다 잠긴다면 이건 선물이 아니라 제한이잖아요.

그래서 방향을 뒤집었습니다. 기본은 원래 있던 기능을 그대로 다 열어두고, 초대받은 사람에게는 청약 관리 화면이 추가로 하나 더 열리는 구조로요. 짜놓은 코드는 남았지만, 이 전환만큼은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했습니다.

지금 구조에서 정한 것들

방향을 다시 잡으면서, 이번엔 나중에 후회할 만한 것들을 먼저 못박아뒀어요.

데이터를 왜 쌓는지부터 정했습니다. 그냥 기록만 남기면 나중에 아무도 안 보는 로그가 됩니다. 그래서 목적을 하나로 좁혔어요. 계좌별 한도와 입력 습관 같은 패턴이 쌓일수록, 다음 청약 때 배분 계산이 더 빨리 끝나게 하는 것.

이 도구가 할 일과 안 할 일도 선을 그었습니다. 일정이나 경쟁률처럼 확인 가능한 사실은 보여주되, 이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판단하지 않기로 했어요. 사용자가 직접 입력한 계좌·한도 안에서 계산만 해주는 도구로 범위를 좁힌 거예요. 배포도 초대제로 좁게, 대가 없는 개인 도구라는 성격을 분명히 했습니다.

성공 기준도 바꿨어요. “몇 명이 써봤나”가 아니라 “다음 청약 시즌에도 또 열어보는가”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한 번 써보고 안 열어보는 도구라면, 가입자 수가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으니까요.

남은 교훈

화이팅하는 초록이 아빠

이번에 크게 느낀 건, 기술적으로 다 완성돼도 방향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처음 설계가 부끄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그걸 다시 들여다보고 뒤집을 타이밍을 놓치는 거였어요. 저는 운 좋게 배포 전에 알아챘지만, 다음엔 더 일찍 “사용자 입장에서 한 번 더 보기”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프로젝트를 만들고 계시다면 한 번 물어보세요. 지금 열어주는 기능이, 상대에게 선물인가요 제한인가요?

오늘도 한 걸음. 🐴

이 글은 산업 구조와 만드는 과정을 정리한 개인 기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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