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백일 사진 찍는데, 입을 옷이 없었습니다

백일 촬영 앞두고 옷장을 열었습니다.
셔츠 몇 벌, 니트 몇 벌. 색을 보니 죄다 검정·회색·네이비였습니다. 아내가 “이 중에 뭐 입을 거야” 묻는데, 솔직히 뭐가 뭔지도 잘 구분이 안 갔습니다.
몸·마음 다음은 뭘까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에 여기다 몸이랑 마음 다시 세우는 얘기를 적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다음이 뭘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운동은 하는데, 옷은 늘 같은 색만 삽니다. 플레이리스트는 늘 알고리즘이 틀어주는 대로 듣고요. 몸과 마음은 챙기기 시작했는데, 저를 표현하는 쪽은 그대로 비어 있었습니다.
없는 게 아니라 안 골라본 겁니다
취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보니 조금 다른 문제였습니다.
뭘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옷은 무난한 걸 사면 실패가 없고, 음악은 틀어주는 대로 들으면 편하니까요. 매번 안전한 선택을 하다 보니, 안전하지 않은 선택이 뭔지도 모르게 됐습니다.
없는 게 아니라, 한 번도 골라본 적이 없는 것.
이 말이 며칠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사업이 아니라 기록부터
바로 뭘 바꾸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편집샵을 차리거나 스타일리스트를 만나겠다는 계획은 없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훨씬 작습니다. 옷 하나 살 때 왜 그걸 골랐는지 한 줄 적어보기. 알고리즘 말고 직접 앨범 하나 골라 끝까지 들어보기. 그 정도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초록이 백일상에는 결국 늘 사던 셔츠를 입었습니다. 대신 이번엔 왜 그 셔츠였는지, 다음엔 뭘 다르게 사볼지 처음으로 적어봤습니다. 작은 차이지만, 저한테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물려줄 게 돈만은 아니라서 🌱
초록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건 돈 감각만이 아닙니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도 결국 배우는 겁니다. 저부터 안 해본 걸 이제 해보려고요. 몸도 마음도 그렇게 다시 시작했으니, 이것도 비슷하게 가면 될 것 같습니다.

무채색 옷장부터, 저부터 한 걸음. 🐴
이 글은 산업 구조와 만드는 과정을 정리한 개인 기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