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뜯어보기

전력망 특별법이 뭐길래, 제가 그렸던 전력망 지도를 다시 꺼냈습니다 🚧

생각에 잠긴 초록이 아빠

얼마 전 아내가 뉴스 기사 하나를 보여주면서 “이거 너 블로그에 썼던 그 얘기 아니야?” 하더라고요.

제목에 “전력망 특별법 시행령”이라는 말이 들어 있었습니다. 8월에 전력망 산업지도를 그리면서 “변압기 조달만 4년 걸린다”는 이야기를 썼던 게 떠올랐어요. 그새 법이 하나 생긴 겁니다.

그때 지도는 “지금 이 산업이 어떻게 생겼나”였는데, 이번엔 “그 지도 위에 뭐가 새로 그려졌나”를 봐야 할 차례더라고요.

정의 — 이름부터 낯선 이 법, 정식 명칭은 이렇습니다

정식 이름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뒤 시행령이 2025년 9월 26일부터 시행됐으니, 지금 시점(2026년 9월)으로는 시행된 지 딱 1년 된 법이에요.

“특별법”이라는 이름이 붙는 법은 대개 기존 절차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그 산업 하나만을 위해 절차를 따로 만든 경우가 많습니다. 이 법도 그렇습니다.

왜 생겼나 — 발전소는 짓는데, 보낼 길이 안 뚫린다

8월 지도 글에서 짚었던 사례를 다시 가져와 볼게요. 한국은 태양광을 지어도 실제 가동률이 15%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고 썼습니다. 발전소는 세웠는데, 그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선이 없어서 생산을 일부러 제한하는 거예요.

이게 왜 벌어지느냐를 파고들면 원인이 하나 나옵니다. 변전소나 송전선을 지으려면 그 부지를 지나가는 지방자치단체마다 따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에 정해진 기한이 없었습니다. 주민 반대나 지자체 사정으로 몇 년씩 표류하는 사업이 실제로 있었어요. 발전소를 짓는 속도보다 그 전기를 보낼 길을 뚫는 행정 속도가 더 느린 구조였던 겁니다.

이 법은 정확히 이 지점, “누가 얼마 안에 결정하는가”를 손봤습니다.

핵심 전환점 🔑 — 이 법이 실제로 바꾼 절차 두 가지

먼저, 송전선로가 지나갈 자리를 정하는 입지선정위원회에 처음으로 심의 기한이 생겼습니다. 첫 회의를 연 날부터 1년 안에 결론을 내야 하고,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6개월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전엔 이 기한 자체가 없어서, 이론상 무기한 표류가 가능했던 절차예요.

두 번째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사업자가 초안을 접수시키면 원래는 지자체가 공고하고 주민이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접수 후 20일 안에 지자체가 이 절차를 안 밟으면 사업자가 직접 공고·열람을 진행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지자체 쪽에서 절차를 미루기만 해도 사업 전체가 묶여버리던 구멍 하나를 막은 거예요.

두 조치 모두 방향은 같습니다. “얼마나 빨리 지을 수 있나”가 아니라 “누가 언제까지 결정해야 하는가”를 법으로 못 박은 겁니다.

개념도 — 특별법이 바꾼 절차 두 가지(입지선정위원회 기한·환경영향평가 초안 공고)

8월에 그린 지도 위에 겹쳐보면

여기서 8월 글이 짚었던 두 가지 병목을 다시 꺼내볼게요. 하나는 “만드는 병목”이었습니다. 초고압 변압기는 조달까지 4년, 특수 케이블은 2~3년이 걸린다는 이야기였죠. 이건 공장을 더 짓고 숙련 인력을 늘려야 풀리는, 제조 쪽 문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오늘 이야기한 “허가받는 병목”입니다. 설비를 만들 수 있어도, 그걸 세울 자리를 합법적으로 확정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문제였어요. 전력망 특별법이 손댄 건 정확히 이쪽입니다.

전력망 특별법이 바꾼 건 전기를 나르는 속도가 아니라, 나르는 길을 정하는 행정 속도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 “그럼 이걸로 누가 유리해지나”인데, 이 글은 거기까지는 안 갑니다. 법이 절차의 어느 지점을 건드렸는지, 그게 8월 지도의 어느 병목과 겹치는지까지만 보는 게 이번 글의 목적이에요.


관전 포인트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심의 기한이 “최대 1년 6개월”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절차를 거쳐 실제로 착공까지 간 사업이 몇 건인지는 이제 슬슬 나올 시점입니다. 법이 생겼다는 것과 그 법대로 실제 기간이 줄었다는 건 다른 이야기라서요.

그리고 이 법으로도 안 풀리는 병목이 남아 있다는 것도 같이 기억해 둘 부분입니다. 변압기 4년, 케이블 2~3년이라는 제조 리드타임은 이 법과 무관하게 그대로예요. 인허가가 빨라져도 물건이 그만큼 빨리 나오진 않습니다. 앞으로 전력망 관련 뉴스를 볼 때는 이 둘을 구분해서 보는 게 구조를 더 정확히 읽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다음 산업 글에서도 이런 식으로, 이미 그린 지도 위에 새로 생긴 것들을 계속 겹쳐볼게요.

오늘도 한 걸음. 🐴

화이팅하는 초록이 아빠

이 글은 산업 구조와 만드는 과정을 정리한 개인 기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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